종이에 그렸던 민소매 티를 시안까지 고쳤습니다
치수도 원단도 정하지 않은 채 넘어갔던 그림입니다. 옷 도식으로 옮겨 기획서 한 장을 뽑아놓고 보니 고칠 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런 종이에 그렸던 BENURD 민소매 티를 시안까지 고쳤습니다. 디자인 툴로 기획서를 한 장 뽑고, 그 위에 고칠 것 네 가지를 손으로 적어 다시 만들었습니다. 앞뒤를 바꾸고, 캐릭터를 넣고, 앞면에도 점을 찍고, 넥 라벨을 바꿨습니다. 아직 시안이고 실물로 만든 적은 없습니다.
이 민소매 티는 이름도 없이 그린 얼굴 편에서 잠깐 나왔던 두 번째 조각입니다. 그때는 “치수도 원단도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적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그걸 다시 꺼냈습니다. BENURD는 제가 스물두 살에 시작한 패션 브랜드이고, 종이에 그린 것을 하나씩 옷 쪽으로 옮겨보는 중입니다.
종이에는 민소매 티와 통 넓은 바지가 있었습니다

상의에 BE NURD를 위아래로 나눠 적고, 옆에 빨간 얼굴을 하나 그려뒀습니다. 바지는 통이 넓고 검정입니다. 도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고, 그날 손이 가는 대로 그린 것입니다.

기획서로 한 장 뽑아봤습니다
종이에 있는 것을 옷 도식으로 옮기면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디자인 툴로 앞면과 뒷면, 디테일을 한 장에 정리했습니다.

아래 줄에 디테일을 따로 뒀습니다. FRONT DETAIL · DOT PATTERN · BACK DETAIL · NECK LABEL, 그리고 PRINT COLOR. 색은 검정과 빨강 두 개뿐입니다. 브랜드 컬러 여섯 개 중에서 두 개만 쓴 셈입니다.

툴이 설명까지 써줬습니다
기획서 한쪽에 DESIGN POINT라는 칸이 있고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원본 스케치를 앞뒤에 그대로 살려 스트리트룩으로 표현했다는 내용이고, 마지막은 “자유롭고 개성 있는 감성을 담았습니다”로 끝납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제가 쓸 문장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걸 감성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냥 종이에 있던 걸 옷에 올려본 것입니다. 도식은 쓰고 문장은 안 쓰기로 했습니다.
뽑아놓고 보니 고칠 게 보였습니다
화면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한 장으로 뽑아 옆에 두고 보니 손이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종이에 대고 적었습니다.

| 고칠 것 | 왜 |
|---|---|
| 앞뒤 바꾸기 | BE NURD 레터링이 앞에 있었는데 뒤로 보냈습니다. 앞은 비워두고 싶었습니다. |
| 캐릭터 삽입 | 비니 쓴 캐릭터를 넣기로 했습니다. 자리는 종이에 동그라미로 표시해뒀습니다. |
| 앞면에도 점 박이 | 점이 뒷면에만 있어서 앞뒤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습니다. |
| 넥 라벨 바꾸기 | 라벨 글씨를 “여기에 있는 버전으로”라고 적어 하나를 골랐습니다. |
메모에 “캐릭터 비율은 내가 그린 동그라미처럼”이라고 적어뒀습니다. 크기를 숫자로 말할 줄 몰라서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만큼이라고 적었습니다.
고친 시안


같은 도안을 검정 원단으로 뽑으면 어떨지 궁금해서 색만 바꿔 봤습니다. 그림을 다시 그린 것이 아니라 색만 뒤집어 본 시험입니다(AI로 색을 바꿨습니다). 실제로 만들 원단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 점무늬는 검정 바탕에서 안 보여 빠졌습니다.
앞면에는 BENURD.를 세로로 세워 네모로 감쌌습니다. 왼쪽 아래에는 비니 쓴 캐릭터가 서 있는데, 그 캐릭터도 BE NURD가 적힌 티를 입고 있습니다.

뒷면에는 원래 앞에 있던 BE NURD를 크게 넣고, 옆에 빨간 얼굴을 뒀습니다. 이 얼굴은 처음 누런 종이에 그렸던 그 얼굴입니다. 색은 여기서만 빨강을 씁니다.

목과 암홀은 검정으로 둘렀고 넥 라벨에는 BENURD.를 넣었습니다. 점은 앞뒤 모두에 흩어놨습니다. 규칙 없이 찍은 것처럼 보이게 두고 싶었습니다.
첫 티셔츠와 달라진 것
첫 티셔츠는 그동안 그린 것을 한 면에 다 올렸습니다. 실물로 뽑아보니 작은 낙서들이 서로 붙어 뭉쳐 보였습니다. 그게 그 장에서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앞뒤로 나눴습니다. 앞은 세로 레터링과 캐릭터 하나, 뒤는 큰 레터링과 얼굴 하나. 한 면에 하나씩만 크게 두는 쪽으로 갔습니다. 이게 나은지는 실물로 뽑아봐야 알 것 같습니다.
적어둔 방향과 맞는지 봤습니다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할 때 옷의 방향을 다섯 줄로 적어뒀습니다. 이번 시안이 거기에 맞는지 하나씩 대봤습니다.
| 적어둔 방향 | 이번 시안 |
|---|---|
| 스트릿 무드 | 맞습니다. 툴이 써준 설명에도 스트리트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 오버핏 실루엣 | 맞습니다. 몸에 붙지 않고 아래로 떨어지게 그렸습니다. |
| 핸드드로잉 그래픽 | 맞습니다. 레터링도 얼굴도 종이에 그린 것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
| 모노톤 컬러 베이스 | 맞습니다. 흰 바탕에 검정, 빨강은 얼굴 하나에만 썼습니다. |
| 유니섹스 디자인 | 모르겠습니다. 한 벌만 그려봐서 아직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
다섯 줄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그린 것은 아닙니다. 그려놓고 나서 대봤더니 네 개가 맞았습니다. 기준이 먼저가 아니라 나중에 오는 편이 저한테는 계속 이렇습니다.
AI로 입혀봤습니다
도식만 보면 실제로 입었을 때 어떤지 감이 안 왔습니다. 그래서 착장 컷을 만들어봤습니다.

이 컷은 AI로 만든 것입니다. 사진 속 사람은 실제로 있는 사람이 아니고, 옷도 아직 만든 적이 없습니다. 숨길 일이 아니라서 적어둡니다. 드로잉 연습장을 만들 때도 지면은 AI로 만들었다고 적어뒀습니다.
그래도 도식만 볼 때와는 달랐습니다. 세로 레터링이 생각보다 길게 보이고, 앞면 캐릭터는 작아서 가까이 가야 보입니다. 점은 멀리서 보면 거의 안 보입니다.
착장을 더 만들어 봤습니다. 나이대와 성별을 나눠서 앞·옆·뒤를 한 장에 모았습니다.

두 번째 장은 룩북처럼 키와 스타일을 붙여 봤습니다.

- 1. MAN 20s / 184cm — STREET CASUAL
- 2. WOMAN 20s / 165cm — STREET CASUAL
- 3. MAN 30s / 178cm — MINIMAL CASUAL
- 4. WOMAN 20s / 168cm — STREET LOOK
- 5. WOMAN 20s / 163cm — STREET CASUAL
- 6. MAN 30s / 176cm — RELAXED FIT
- 7. WOMAN 20s / 167cm — DAILY LOOK
- 8. MAN 30s / 174cm — CASUAL LOOK
이 두 장도 AI로 만든 것입니다. 사진 속 사람은 실제로 있는 사람이 아니고, 촬영한 적도 없습니다. 실물로 만들어 본 것은 아직 티셔츠 두 장(흰색·스카이 블루)뿐입니다.
키와 하의를 바꿔 보니 같은 한 장인데도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뒷면 BE NURD는 어느 컷에서나 멀리서도 읽히고, 앞면 세로 레터링은 서 있는 컷에서 길게 떨어집니다.
그날 같이 적어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 브랜드 기획서 열 가지 질문에 직접 답한 기록입니다. 이 시안을 고치면서 캐릭터도 그때 손봤습니다.
아직 남은 것
정한 것보다 안 정한 것이 많습니다. 원단도, 사이즈도, 프린트로 할지 다른 방식으로 할지도 아직입니다. 점을 몇 개나 찍을지, 크기를 얼마로 할지도 화면에서 보고 정한 것이라 실물에서는 달라질 겁니다.
첫 티셔츠 때도 그랬습니다. 책상에서는 안 보이던 것이 옷으로 나오니 바로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옷으로 나와야 보일 겁니다.
입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 장 만들어 입어보고 싶습니다. 잘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오면 실물 사진을 여기에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안 되면 왜 안 됐는지를 적겠습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민소매 티 도안은 어떻게 만드나요?
저는 종이에 그린 그림을 옷 도식 위에 올려보는 것부터 했습니다. 앞면·뒷면·넥 라벨·프린트 색을 한 장에 모아 뽑아두면 무엇이 빠졌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뽑고 나서야 앞뒤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 시안을 만들 때 뭐부터 정해야 하나요?
제 경우에는 색부터 좁혔습니다. 쓰던 색이 여섯 개인데 이 옷에는 검정과 빨강 둘만 썼습니다. 색이 적으니 어디에 무엇을 넣을지가 빨리 정해졌습니다. 원단과 사이즈는 아직 못 정했습니다.
앞면과 뒷면에 무엇을 넣어야 하나요?
앞면과 뒷면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정답은 모릅니다. 저는 처음에 큰 레터링을 앞에 뒀다가 뒤로 보냈습니다. 앞은 비워두고 세로 레터링과 작은 캐릭터만 남겼습니다. 첫 티셔츠에서 한 면에 다 넣었다가 뭉쳐 보였던 게 이유였습니다.
넥 라벨은 어떻게 정하나요?
저는 그동안 쓰던 글씨 중에서 하나를 골랐습니다. 새로 만들지 않고 종이에 적어둔 것 중에 골라 “이거로”라고 표시해뒀습니다. 라벨은 작게 들어가서 획이 복잡하면 뭉개질 것 같았습니다.
이 민소매 티는 살 수 있나요?
이 민소매 티는 팔지 않습니다. 도면만 있고 실물은 아직 없습니다. BENURD는 지금까지 판매한 제품이 없습니다.
착장 사진은 실제 사진인가요?
착장 사진은 실제 사진이 아닙니다.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사진 속 사람도 실제로 있는 사람이 아니고, 옷도 아직 만들지 않았습니다. 도식만으로는 입었을 때가 감이 안 와서 만들어본 것입니다.
내 그림을 옷에 올리면 어떻게 보이나요?
제 경우에는 굵은 선은 살고 작은 그림은 뭉쳤습니다. 첫 티셔츠를 한 장 뽑아보고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안에서는 한 면에 크게 하나씩만 두는 쪽으로 갔습니다.
도식화를 그릴 줄 몰라도 되나요?
도식화는 저도 잘 못 그립니다. 크기를 숫자로 말할 줄 몰라서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이 비율로”라고 적었습니다. 정확한 치수는 만들면서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옷 시안은 화면으로만 보면 되나요?
저는 한 장으로 뽑아 옆에 두고 보고서야 고칠 것이 보였습니다. 화면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종이로 뽑으니 바로 손이 갔고, 그 자리에서 고칠 것 네 가지를 적었습니다 — 앞뒤 바꾸기, 캐릭터 넣기, 앞면에도 점 넣기, 넥 라벨 바꾸기.
그래픽을 앞뒤로 어떻게 나누나요?
첫 티셔츠는 그동안 그린 것을 한 면에 다 올렸는데, 실물로 뽑으니 작은 낙서들이 서로 붙어 뭉쳐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앞뒤로 나눴습니다 — 앞은 세로 레터링과 캐릭터 하나, 뒤는 큰 레터링과 얼굴 하나. 한 면에 하나씩만 크게 두는 쪽입니다.
크기를 숫자로 말할 줄 몰라도 되나요?
저는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 “캐릭터 비율은 내가 그린 동그라미처럼”이라고 적었습니다. 치수로 말할 줄 몰라서 그렇게 표시했고, 그것으로 통했습니다.
디자인 툴이 써준 설명을 그대로 써도 되나요?
저는 도식은 쓰고 문장은 안 쓰기로 했습니다. 툴이 “자유롭고 개성 있는 감성을 담았습니다”라고 적어 줬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가 쓸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감성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정해둔 브랜드 방향과 시안이 맞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적어 둔 다섯 줄에 하나씩 대봤습니다 — 스트릿 무드·오버핏 실루엣·핸드드로잉 그래픽·모노톤 컬러 베이스는 맞았고, 유니섹스 디자인은 한 벌만 그려 봐서 아직 모르겠다고 적었습니다. 먼저 정해 놓고 맞춘 게 아니라 그려 놓고 대본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기록
- 규칙이 생겼습니다 — 누런 종이에 그린 BENURD 브랜드 스토리
- BENURD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나 — 스물두 살의 낙서 한 장
- 이름도 없이 그린 얼굴 — BENURD 캐릭터는 어떻게 태어났나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