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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없이 그린 얼굴 — BENURD 캐릭터는 어떻게 태어났나

로고를 만들겠다고 앉아본 적이 없습니다. 낙서 여백에 계속 그리던 얼굴 하나가 남아 브랜드 캐릭터가 됐고, 아직 이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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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를 쓴 BENURD 캐릭터 손그림 — 낙서에서 시작한 브랜드 캐릭터 디자인
RECORD 02 · 2026

BENURD 로고 속 비니 쓴 캐릭터는, 브랜드 이름을 찾던 낙서 종이 한구석에서 이름도 없이 시작됐습니다. 캐릭터를 먼저 설계한 것이 아니라 계속 그리다 보니 남은 얼굴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정해진 지난 글에서 그 종이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같은 종이에 얼굴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얼굴 이야기입니다. BENURD는 제가 스물두 살에 시작한 패션 브랜드이고, 이 얼굴이 지금 로고에 들어가 있습니다.

브랜드를 시작하면 보통 로고나 브랜드 캐릭터부터 만든다고들 합니다. 저는 그 순서를 따르지 못했습니다. 로고를 만들겠다고 앉아본 적이 없고, 그냥 그리던 것 중에 하나가 남았습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적어두려 합니다.


얼굴은 여백에 있었습니다

BENURD 낙서 종이 여백에 흩어진 눈·안경·얼굴 스케치 — 캐릭터 디자인의 시작
이름 사이사이 여백에 흩어져 있던 얼굴들.

이름을 고쳐 쓰다 지치면 여백에 얼굴을 그렸습니다. 눈만 그린 것도 있고, 안경만 있는 것도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그린 것들입니다.

그때는 이게 나중에 쓰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정하는 게 목적이었고 얼굴은 그냥 딴짓이었습니다.

종이를 다시 보면 얼굴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어떤 건 눈만 두 개 찍혀 있고, 어떤 건 안경 테만 그려져 있습니다. 완성하려고 그린 게 아니라 손이 멈추지 않아서 계속 그린 것들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목적 없이 그린 것들 사이에서 결국 하나가 나왔으니까요.

계속 손이 가는 얼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비니를 쓴 캐릭터 스케치 — BENURD 로고 캐릭터의 원형
손에 익어버린 얼굴.

여러 얼굴을 그리다 보니 비니를 쓴 하나만 자꾸 다시 그리게 됐습니다. 잘 그려서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얼굴이 손에 익었습니다.

왜 그것이었는지는 아직 말로 못 하겠습니다. 표정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모자 그리는 게 편해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유를 만들어 붙이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두려 합니다. 규칙을 먼저 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다른 얼굴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지운 것이 아니라 다시 그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남은 이 얼굴은 나중에 스티커로 뽑아 폰 뒷면에 붙여봤습니다. 종이 밖으로 처음 나간 자리입니다.

이름을 고를 때와 비슷했습니다. 좋은 걸 찾아낸 게 아니라 아닌 걸 그만두다 보니 하나가 남았습니다. 브랜드 이름도, 얼굴도 같은 방식으로 정해졌습니다.

모자에 이름을 적으니 브랜드 캐릭터가 됐습니다

캐릭터의 비니에 BENURD를 적어 넣은 손글씨 스케치
비니에 BENURD를 적어 넣은 자리.

어느 날 모자 부분에 BENURD를 적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이 얼굴이 브랜드의 얼굴이 됐습니다.

순서가 반대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보통은 브랜드를 정하고 캐릭터를 만들 텐데, 저는 낙서가 먼저 있었고 거기에 이름을 얹었습니다. 계획해서 나온 결과가 아닙니다.

지금 로고에 들어가 있는 얼굴이 이것입니다. 처음 종이에 그렸을 때보다 선이 조금 정리됐을 뿐, 같은 얼굴입니다.

흰 티셔츠에 프린트된 비니 쓴 BENURD 캐릭터 — 낙서에서 시작한 얼굴이 옷에 올라간 모습
종이에서 시작한 얼굴이 옷 위로 올라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 얼굴을 티셔츠에 올려봤습니다. 원단 위에서는 선이 더 굵게 보이고, 종이에서 흐릿하던 부분이 오히려 또렷해졌습니다. 그 첫 장을 만들어본 이야기는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옷 위에 올려보기 시작했습니다

WHERE THE FASHION 팻말을 든 캐릭터와 NURD 레터링 낙서
같은 종이에 그린 티셔츠 도식과 그 옆의 얼굴.

그 종이 오른쪽, 티셔츠를 그려둔 자리 바로 옆에 얼굴이 있습니다. 옷을 그리다가 얼굴을 그린 건지, 얼굴을 그리다 옷을 그린 건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배치를 보면 옷 위에 이 얼굴을 올려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종이에서는 그냥 나란히 있을 뿐이지만, 실제로 만들려면 크기도 위치도 다 정해야 합니다. 그 계산은 아직 못 했습니다.

원단 위에서 이 선이 어떻게 보일지 모릅니다. 프린트로 할지 자수로 할지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리는 단계이고, 옮기는 단계는 그다음입니다. 그리고 지금 BENURD에 파는 물건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 적는 것은 전부 그리는 중인 기록입니다.

누런 봉투에 처음 그린 옷

누런 봉투를 찢어 그린 BENURD 첫 룩이 종이 위에서 움직이는 짧은 반복 영상
그림을 다시 그리지 않고, 종이 위에서 그대로 움직여 봤습니다.

옷 자체를 사람 몸에 올려 그려본 것은 이 종이가 처음입니다. 마트에서 받은 누런 봉투가 예뻐서 버리지 않고 뒀는데, 그날 손으로 찢어서 생각나는 대로 그렸습니다. 계획한 게 아니라 우연에 가깝습니다.

상의에 BE는 세로로, NURD는 가로로 적은 손글씨 레터링 — 첫 옷 스케치 디테일
글자를 잘라 옷 위에 얹어봤습니다.

상의에 BE와 NURD를 위아래로 나눠 적고, 바지에도 같은 글자를 넣었습니다. 한쪽 소매만 까맣게 칠했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옆에 MOOD라고 화살표를 그어두었고 아래에는 Jen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누런 봉투에 그린 두 번째 룩 — BE NURD 민소매 티와 통 넓은 바지
두 번째 조각은 더 단순하게 갔습니다.

두 번째 조각에는 민소매 티에 같은 글자를 넣고 통이 넓은 바지를 그렸습니다. 둘 다 얼굴은 그리지 않았습니다. 옷만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도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닙니다. 치수도 원단도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머릿속에만 있던 것이 처음으로 몸에 걸린 모양으로 나왔습니다.

아직 이름은 없습니다

BENURD 낙서 종이 하단의 캐릭터 습작들
이름을 갖지 못하고 남은 얼굴들.

캐릭터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붙일 수 있는데 안 붙이고 있습니다.

이름을 정하면 설명이 따라붙고, 설명이 생기면 그림이 거기에 맞춰질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 쪽이 낫다고 봤습니다. 필요해지는 날이 오면 그때 정하려 합니다.

브랜드 이름도 물음표에서 시작했습니다. 캐릭터도 비슷한 상태로 두려 합니다. 확정하지 않은 채로 두는 게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름이 없는 채로 두는 편이 지금 아무렇게나 붙여놓는 것보다 낫다고 봅니다.

20대에 뭔가 시작하려는 분께

제가 배운 게 있다면 하나입니다. 완성된 것부터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캐릭터 디자인이라고 부를 만한 절차를 밟은 적은 없습니다. 저는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앉아서 그린 적이 없습니다. 딴짓으로 그린 얼굴이 브랜드의 얼굴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하려고 했다면 아무것도 못 그렸을 겁니다.

그 얼굴은 나중에 옷에 올릴 그래픽으로 정리됐습니다. 눈 하나를 점으로, 하나를 동그라미로 그린 그대로 갔습니다.

지금도 종이만 보이면 얼굴부터 그립니다. 브랜드 작업은 아니고 손이 심심할 때 그리는 연습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쌓이는 것들 사이에서 하나씩 남는다고 봅니다.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손에 잡히는 것부터 계속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 종이에 있는 얼굴들은 대부분 삐뚤고 비율도 안 맞습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지금 로고가 됐습니다. 잘 그려서 남은 게 아니라 계속 그려서 남은 것입니다. 저한테는 그게 이 얼굴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계속 그리기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배워보려고 연습장을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그 글에서 받아 가셔도 됩니다.

이 얼굴이 태어난 이야기는 About에 4컷 만화 2화로도 그려뒀습니다.

STILL CREATING

이 얼굴은 나중에 옷과 자세를 바꿔 가며 스무 가지로 그려 봤습니다 — 브랜드 기획서를 적던 날에 같이 손봤습니다.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브랜드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나요?

저는 만들겠다고 앉아서 그린 적이 없습니다. 이름을 고르다 지치면 종이 여백에 얼굴을 계속 그렸고, 그중 비니를 쓴 하나만 자꾸 다시 그리게 됐습니다. 다른 얼굴은 지운 게 아니라 다시 그리지 않게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상징을 먼저 정하고 그리는 것보다, 여러 개를 그려두고 손이 가는 걸 남기는 쪽이 저한테는 맞았습니다.

로고를 직접 만들어도 되나요?

저는 로고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어서 잘 만든 로고라고는 못 합니다. 다만 낙서로 그린 얼굴에 모자 부분만 브랜드 이름을 적었더니 그 순간부터 로고가 됐습니다. 선이 삐뚤어도 계속 쓰다 보면 그게 그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고 봅니다.

BENURD 캐릭터는 누가 그렸나요?

BENURD 캐릭터는 제가 직접 그렸습니다. 디자인을 배운 적은 없고, 하얀 종이에 하던 낙서가 그대로 남은 것입니다.

캐릭터 이름은 무엇인가요?

캐릭터 이름은 아직 없습니다. 이름을 붙일 수 있지만 일부러 붙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름을 정하면 설명이 따라붙고, 그러면 그림도 그 설명을 따라갈 것 같아서입니다. 필요해지면 그때 정할 생각입니다.

캐릭터는 어떤 의미인가요?

정해둔 의미는 없습니다. 왜 하필 그 얼굴이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나중에 그럴듯한 이유를 지어 붙이고 싶지 않아서 비워둡니다.

캐릭터가 들어간 옷도 나오나요?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같은 종이에 티셔츠 도식과 캐릭터가 나란히 그려져 있어 처음부터 옷에 올릴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프린트로 할지 자수로 할지, 크기와 위치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20대에 캐릭터나 브랜드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브랜드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정답은 모릅니다. 다만 완성된 것부터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알게 됐습니다. BENURD 캐릭터도 딴짓으로 그린 낙서에서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잘 그리려고 애쓰기보다, 손을 멈추지 않는 쪽이 남는 것 같습니다.

로고를 만들 때 무슨 프로그램을 쓰나요?

저는 디자인 프로그램을 쓰지 않았습니다. 종이에 펜으로 그린 얼굴을 그대로 씁니다. 선만 조금 다듬었고 얼굴은 처음 그린 그대로입니다. 글씨도 폰트를 정해두지 않고 그날 손에 잡히는 펜으로 써서 쓸 때마다 굵기가 다릅니다.

BENURD 캐릭터 상품을 살 수 있나요?

아직 파는 물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캐릭터도 이름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지 파는 것은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습니다. 출시 일정이나 알림 안내도 준비해둔 것이 없습니다.


여러 개 그린 캐릭터 중에 무엇을 남기나요?

저는 고르지 않았습니다. 여러 얼굴을 그리다 보니 비니 쓴 하나만 자꾸 다시 그리게 됐고, 나머지는 지운 게 아니라 다시 그리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좋은 걸 찾아낸 게 아니라 아닌 걸 그만두다 보니 하나가 남았습니다.

낙서가 브랜드 캐릭터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어느 날 모자 부분에 BENURD를 적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이 얼굴이 브랜드의 얼굴이 됐습니다. 보통은 브랜드를 정하고 캐릭터를 만들 텐데 저는 낙서가 먼저 있었고 거기에 이름을 얹었습니다.

캐릭터를 왜 그 얼굴로 골랐는지 설명해야 하나요?

저는 설명을 만들어 붙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표정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모자 그리는 게 편해서였던 것 같기도 한데, 이유를 지어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뒀습니다.

종이 그림이 옷에 올라가면 어떻게 보이나요?

원단 위에서는 선이 더 굵게 보이고, 종이에서 흐릿하던 부분이 오히려 또렷해졌습니다. 다만 프린트로 할지 자수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목적 없이 그린 낙서도 쓸모가 있나요?

저는 이름을 고쳐 쓰다 지치면 여백에 얼굴을 그렸습니다. 눈만 그린 것도 있고 안경 테만 있는 것도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생각 없이 그린 것들인데, 결국 그중 하나가 브랜드 얼굴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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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릭터 그림을 써도 되나요?

개인적으로 쓰시는 건 자유입니다. 배경화면으로 깔거나 프린트하시는 것은 허락이 필요 없습니다. 파일을 다시 올리거나 파는 것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자세한 조건은 그림 써도 되나요에 적어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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